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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는 결국 헤겔의 올빼미일 뿐인가?
정천화의 시사 컬럼
2008년 11월 22일 (토) 13:09:22 편집국 gold@fntoday.co.kr
   

 치통이 심해져서 어제 치과에 갔다. 의사 말이 어금니 두 개를 금으로 덮어씌워야 한다는데 금값이 올라서 그러마하는 답변이 선뜻 나오지를 않았다. 4월에 치료했어야하는데 시기를 놓쳐버린 것이다. 비싸다는 금값보다 달러 값이 더 올라 환율 때문에 손해 봤다고 생각했던 석달전 거래가 지금은 오히려 고맙다.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월가가 붕괴되고 미국의 재정적자와 경상수지 적자가 산더미인데도 달러가치는 상승하고 있다. 기축통화이면서 미국 돈인 달러의 기묘한 운명일까? 달러는 아직도 세계 최강이다. 유로화도 엔화도 아직은 힘이 없고 금본위제도 폐지되었으니 다른 수단이 없다. 하지만 영원한 것은 없지 않은가? 미국이 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해 달러를 마구 찍어댄다면.......


지금 대한민국에서 미네르바가 화제다. 앞의 문장은 맞는 문장은 아니지만 누구나 알아들을만한 말이다. “미네르바의 올빼미는 황혼이 깃든 후에 자신의 둥지를 찾는다.”라는 헤겔의 경구를 학창시절에 얼마나 주절거렸던가? 미네르바의 올빼미는 지혜와 철학을 상징한다. 모든 일들이 끝난 후에야 상황을 설명하는 철학의 나약함을 말하는 경구이다.


미네르바의 아우라가 뿜어내는 지혜와 도사의 이미지는 그의 예언과 방책에 이르러서는 경전의 지위를 차지할 것 같다. 실제로 미네르바가 얘기하는 것은 상당히 경청해야할 내용들이 많다. 부동산 거품은 꺼지고 금융은 부실화할 것이고 경기는 침체되고 소비는 둔화될 것이며 전 세계의 디플레이션은 환율상승이라는 수출의 호기를 이용할 수 없을 것이며....... 그리고 금융권이 남발한 CD 때문에 국제 환투기세력이 우리나라의 달러보유고를 바닥낼 것이며 결국 IMF 구제 금융으로 갈 것이라고 주장하는 미네르바의 예상은 맞을 수도 있다. 사람들이 그에게 열광하고 그가 말하는 대안에 귀를 기울이려고 하는 것도 그의 분석과 예측에 부여된 도사같은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사실 그가 말한 예측은 당시 상당수의 전문가들도 하고 있던 것이고 그의 분석 또한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한 것들도 많다. 하지만 필자가 여기서 하고 싶은 말은 그가 제시한 해결책에 대한 것이므로 일단 그의 분석이 옳다고 가정해보자. 그리고 그가 유명하게 된 것이 언론 탓이라는 주장도 일단 접어보자. 문제는 누군가의 상황 분석과 예측이 맞아떨어질 경우, 해결법 또한 정확할 것이라고 막연히 기대하고 따르게 되는 사람들의 심리이다. 무당이나 도사들이 자신의 과거를 집어내면 사람들은 그 ‘용한’ 무당이 시키는 대로 굿을 하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미네르바의 분석이 백번 옳다고 하더라도 그의 해결책에는 동의 할 수 없다. 문제 분석과 달리 해결책을 제시할 때는 그 사람의 철학과 사상이 훨씬 많이 담기게 된다. 구제 금융 시기에, 스태그플레이션에 살아남는 방법을 제시하는 그의 방책엔 동의 할 수 없다. 그의 파국적 비관론에 꿈틀대는 이상한 막연한 낙관론과 이기주의를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2010년까지 버티면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2010년은 누가 만드나?) 현재 세계적 사태에 대한 현상적 분석은 옳을 수도 있지만 그가 제시하는 방책에서는 그 현상에 근거한 적자생존의 논리만 보일 뿐, 현상 이면에 존재하는 사람들의 탐욕에 대한 통찰과 이에 근거한 해결책은 없다.


정부는 탐욕과 거품을 부추기고 떠받친 금융권을 낫과 망치뿐만 아니라 불로 더 강하게 단련해야한다. 금융권에 대한 구제금융은 지식전문가들의 태만과 이기심에 면죄부를 줄 뿐이다. 탐욕과 거품에 부화뇌동한 개인들도 책임을 져야할 것이다. 하지만 이를 이용하여 사채와 도박을 벌리고 인권유린과 불법을 자행하는 세력은 뿌리 뽑혀야 할 것이다. 재화와 서비스를 창조함으로써 대박을 기대하지 않고 투기와 도박, 사기로 제로섬게임을 부추기는 전도된 대박사회는 이제 사라져야할 것이다.


지금까지 사치와 투기로 치장한 모든 것들을 사회에 내놓아야한다. 미네르바의 해결책은 용두사미이다. 그의 분석은 극단적인 파국을 그럴듯하게 예언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해결책은 고작 극도의 이기주의에 근거한 것이 아닌가! 서로가 몰락해가는 이 시기에 미네르바의 말처럼 자기가 가진 것을 끝까지 움켜쥐고 있다가는 누가 먼저 죽느냐의 문제일 뿐 결국의 최후의 일인도 죽게 될 뿐이다.

정부는 약한 자, 고통당한 자들을 위한 시스템을 마련해야한다. 그런 것을 감당할 산업을 장려하여 경기를 부양하고 사회적 약자들을 고용해야한다. 그리고 달러를 쌓아 놓고 있는 기업과 개인은 장롱 속의 달러와 돈을 내 놓아야한다. 이것만이 우리 모두가 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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