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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의 버킷리스트 하나, 호텔방에서 혼자 보내는 하루
2018년 05월 03일 (목) 14:25:33 황순유 칼럼리스트 happypure@hanmail.net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독박 육아에 지친 아내!」

그 사이에서 왠지 모를 미안함과 죄책감에 기죽은 남자들이 뒤엉켜 살고 있는 세상이다. 행복한 사람들은 없고 모두 억울하다고 외치고 있다.

“그래서? 여자인 게 억울해요? 엄마인 게 억울해요?”

21세기의 며느리는 20세기 며느리와 다르게 살고 싶다. 21세기 엄마는 20세기 엄마들과 다른 삶을 살고 싶다.

아이와 함께 꿈꾸고 아이와 함께 성장하며 아이와 독립된 나만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것. 21세기의 이상한 나라는 꿈과 희망의 세계이기를….

아이의 행복을 바라지 않는 부모는 없다. 아이의 행복을 심지 않은 부모도 없다. 잘될 거다, 잘될 거다…라고 주문처럼 흘리는 말들이 씨앗이 되어 행복의 뿌리를 내리려면 엄마가 먼저 행복해야 하지 않을까?

엄마를 웃게 하고 꿈꾸게 하는 보통 엄마들의 소박한 이야기를 10회 연재로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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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한 번은 해보고 싶었다. 혼자만의 하루. 여자들이 꿈꾸는 건 가족과의 일상생활에서 벗어난, 자기 혼자만의 시간이다. 세끼 밥을 챙기지 않아도 되고, 내가 배고프지 않으면 굳이 밥을 차리지 않아도 되는, 우아하고 느긋하게 혼자 카페에서 책을 읽으며 커피를 마시는 시간. 결혼 전에는 별것도 아닌 일들이 세 아이 육아를 하면서 정말 해보고 싶은 꿈이 되다니.

올여름 휴가 때 강릉으로 가족 여행을 갔다. 라디오 프로그램을 길게 비울 수 없는 나는 생방송을 위해서 가족들보다 하루 먼저 서울로 올라왔다. 나 혼자서 하룻밤을 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다섯 식구가 북적이는 속에 있다 보니 혼자 있는 시간이 그리울 때가 많았다.

이런 날은 오랜만에 친정에 가서 엄마 손길이 깃든 집밥을 먹으며 호강할 수도 있지만 한 번쯤 꼭 해보고 싶은 일이 있었다. 혼자 있는 밤. 즉흥적인 결정이라 당일 땡처리 특가로 나온 호텔 방을 예약하고 내가 좋아하는 스윙칩과 육포, 맥주 세 캔을 샀다.

여자들이 얼마나 꿈꾸는 일탈인가. 객실 문을 열자 나를 위해 준비해둔 것처럼 아무도 건드리지 않은 침구가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었다. 커다란 화장대 거울에 얼굴을 한 번 비춰보고 깨끗하게 청소된 욕실에서 샴푸와 바디샤워를 새로 뜯으며 마음은 점점 설렜다. 무엇보다 기분을 취하게 만든 건 송도 신도시의 화려한 야경이었다. 멋스러운 고층 빌딩의 불빛이 보이는 호텔의 창가에서 노트북을 펼치는 순간 드라마 속의 멋진 커리어우먼이 된 듯했다. 혼자서 뿌듯했다.

결혼 전에도 친정 부모님과 살았고, 결혼 후에는 당연히 남편과 아이들이 함께 있었다. 혼자 여행을 떠나본 적도 없다. 내가 상상만 했던 모습의 주인공이 바로 나라니! 감격이 밀려왔다. 그러기도 잠시, 갑자기 무서워졌다.

혹시 호텔 방에 누가 들어오면 어쩌지? 옷장 속에 유령이 있는 건 아니겠지? 갑자기 정전되면 나 혼자만 갇히는 건 아냐? 별별 생각들이 머리를 스치며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그냥 자는 것도 무서워서 TV를 켜놓고 잤는데 하필 무서운 영화 소리가 들려 잠에서 깼다. 한동안 잠이 오지 않아 스마트폰 플레이리스트에 저장해놓은 음악을 들으며 겨우 다시 눈을 붙였다.

아침이 되었다. 전날 준비해둔 스타벅스 아메리카노와 블루베리 치즈 케이크를 조식으로 먹으며 생각했다. ‘아… 밥이 필요해, 밥이. 역시 이런 건 끼니가 될 수 없어.’ 눈으로 좋아 보이는 것들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훌륭한 가르침을 얻게 된 하룻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결혼한 40대 여자들에게 혼자만의 밤을 추천한다. 왜?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을 때 일상의 감사함을 더 진하게 맛볼 수 있으니까. 일탈이 소중한 건 다시 돌아올 일상이 있기 때문이다. 여행을 떠나는 것은 다시 돌아올 집이 있기 때문이다. 출발점과 도착점이 일치하는 것이 우리의 삶이다.

필자소개

황순유 

경인방송 FM90.7mhz ‘황순유의 해피타임907’ DJ 

KAA(한국아나운서아카데미) 강사

더 퓨어 컴퍼니 대표, 20년 경력의 프리랜서 진행자.

저서)황순유(2018),《77년생 엄마 황순유》, 도서출판씽크스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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