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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판 한달 살기 (7) 사이판 OK농장투어 길을 헤매는 즐거움
2018년 05월 02일 (수) 10:24:11 김소라 칼럼리스트 sora7712@naver.com

상품을 소비하는 방식의 아닌 다른 여행이 가능할까? 가이드의 깃발따라 관광지에서 쇼핑센터로 정신없이 행군하는 여행이 여행의 전부인 양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다른 여행을 상상할 여유가 있을까. 휴식을 가장한 전투적인 여행이 아닌 성장과 가치를 찾는 여행이 분명 있다.

여행을 왜 떠나고 싶을까 들여다보면 광고와 이미지의 욕망을 따를 때가 많다. 아파트 광고를 보면서 그 속에 들어가 살아야 행복할 것 같은 마음, 자동차 광고를 보면서 그 차를 소유해야 성공한 삶일 것 같은 욕망이 생긴다. 인생은 끝나지 않는 가상의 수레바퀴인 걸까. 그래서 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 사람들이 차선책으로 선택한 방법이 여행이 아닐까한다. 사이판에서 아이랑 놀며, 살며, 배우면, 경험한 내용을 칼럼으로 10회 연재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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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판 OK농장투어 길을 헤매는 즐거움

사이판에서 농장체험을 할 수 있는 관광상품이 있다. 원주민들의 농장에 가서 과일을 따고 코코넛 오일을 만들고 원주민 복장의 옷을 입고 사진을 찍는 거라고 한다. 관광상품으로 구성된 것이라서 그런지 작위적인 느낌이다. 야생의 농장을 직접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곳은 없을까 알아보기 시작했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OK게스트하우스는 OK농장까지 운영하는 곳이라고 하는데 관광상품까지는 아니고 부부가 좋아서 운영하는 농장이라고 한다. 상업적으로 운영하는 곳이 아니라 게스트하우스 손님들이 원할 경우만 농장 구경시켜주는 곳이라고 말씀하신다. 관광상품으로 일부러 만든 프로그램이 아니어서 잠시 망설이신 것 같다. 그래도 원한다면 아이들 데리고 오라고 하신다.

“내일 미들로드에 위치한 망고식스카페 옆 트윈스 마켓에서 아침 9시에 만나요” 라고 카톡으로 약속을 정했다. 농장체험은 과연 어떨까. 일찍 아침밥을 먹고 아이들 모두 함께 차를 타고 나갔다. 우리나라처럼 잘 꾸며진 배, 사과, 복숭아 같은 과수원 농장일꺼라는 생각을 하였다. 하지만 농장 앞에 도착한 순간 당혹스러움이란...

“여긴 농장이 아니라 무슨 밀림 같아요” 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농장을 가꾼 10년동안 나름 길도 만들고 나무 심고 관리도 하신 거라고 한다. 하지만 사이판은 며칠만 지나도 풀이 쑥쑥 자라고 과일을 따지 못할 정도로 넘치게 열린다. 농장 주인장인 손재옥 사장님은 정글맨이 허리에 차고 다니는 칼을 들고 다니면서 쓱쓱 풀을 베면서 앞장서서 길을 내주셨다. 반바지와 슬리퍼를 신고 온 아이들의 경우 정말 난감해했다. 팔 다리가 다 긁힐 수 있고 위험하니 농장 체험할 때는 긴팔과 긴바지가 필수다.

농장입구도 알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풀이 자라나 있다. 바나나, 망고, 노니, 탠저린, 라임, 깔라만시, 스타프루츠 등의 과일이 지천이다. 마음껏 따 갈 수 있을 만큼 따가라고 하신다. 일할 사람이 없어서 과일을 딸 수 없을 정도다. 요즘 한국에서는 깔라만시가 다이어트와 해독에 좋은 식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노니는 거의 만병통치약처럼 취급되며 비싼 가격에 팔린다. 그런데 사이판 농장의 경우 높은 인건비 때문에 딸 수도 없다. 아이들도 가지고 온 배낭에 가득 탠저린과 라임 등을 땄다. 별 사과라 불리는 스타프루츠는 갓 나무에서 따서 씹으니 과즙이 흘러 넘치고 목을 축일 정도로 시원하다.

사이판은 비치가 유명하고 휴양할 수 있는 곳이긴 하지만 산, 바로 농장에서 느낄 수 있는 사이판은 또 다르다. 밀림같은 숲속을 걸으며 농장체험하는 기분은 남달랐다. 갑자기 비가 올 것 같은 구름이 하늘에 낮게 깔린 순간, “비 금방 지나가니까 이곳으로 와서 피해요” 라고 말씀하신다. 커다라느 귤나무, 초록색 탠저린이 조롱조롱 달린 나무 아래로 모두 쏙 들어와 비를 피했다. 5분도 안되어 비는 금방 그쳤다. 비가 와서 잠깐 시원해졌다고 또 해가 나면서 그방 뜨거워지는 날씨다. 사이판 역시 건기와 우기가 있지만 비가 와도 금방 그치기 떄문에 우산을 쓰고 다니는 사람들은 거읭 없다. 한 달 사는 동안 갑자기 폭우가 쏟아진 날도 있지만 10분 이상 비가 오지 않는다. 재미있는 날씨다. 그럼에도 네이버 날씨를 검색하면 사이판은 ‘365일 비오는 곳’으로 나온다. “이번주 여행가는데 사이판 일주일 내내 비온대요” 라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질문을 올리기도 한다. 막상 가 보면 5분, 10분 비가 내리고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연과 예상치 못한 일들이 여행의 묘미다. 농장에서 험한 길을 따라 걸으면서 희한한 과일을 따먹고 한국에서는 보지 못한 희귀한 식물과 꽃을 눈으로 보면서 새로운 세계를 경험한다. 4-5일 정도의 패키지 여행을 왔다면 절대 느끼지 못할 짜릿한 경험이다.

농장은 그냥 두어도 나무들이 알아서 자라고 열매를 맺기 때문에 농약을 칠 일이 없다. 2년 전쯤 큰 태풍 불어서 나무가 흔들릴만큼 피해가 컸지만 생태계의 회복력은 뛰어나다. 자연스럽게 죽은 나무들 속에서 또다른 강인한 생명이 자라난다. 가지들은 쑥쑥 뻗어나가고, 풀은 금방 무성해진다. 농장을 2-3시간 이상 걷자 가방에 가득 과일이 채워졌다. 다 따가서 뭘할까 하다가 동생과 나는 과일청을 담그기로 했다. 마트에서 유리병을 사고, 유기농 설탕도 구입했다. 한국에서는 구경도 못할 열대 과일을 직접 따서 유리병에 차곡차곡 잘라서 담고, 설탕을 넣어 청을 담궜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사이판에서 직접 만들어 온 라임청 때문에 사이판의 기억이 오래오래 남았다.

아이들 역시 바다에서 매일 물놀이하는 것도 좋았지만 농장체험이 힘들고도 재밌었다고 한다. 동생 역시 돌 지난 조카 준형이를 아기띠에 메고 가느라 힘들었지만 정말 가보길 잘했다고 한다. 2시간 가까이 숲길 걷고 다시 돌아나와 산바람을 온몸으로 맞는다. 잊지 못할 시원한 바람 때문에 구슬땀은 씻기고, 온 몸이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여행에서 뭔가를 할까 말까 고민될 때는 무조건 해야 한다. 

필자 소개

현) 더즐거운교육연구소 교육이사

현) 꽃맘협동조합 이사

저서) 『사이판 한달 살기』 (김소라 지음, 씽크스마트,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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