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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판 한달 살기(5)오두막같은 작은 식당 SHACK에서의 경험
2018년 04월 17일 (화) 12:37:21 김소라 칼럼리스트 sora7712@naver.com

상품을 소비하는 방식의 아닌 다른 여행이 가능할까? 가이드의 깃발따라 관광지에서 쇼핑센터로 정신없이 행군하는 여행이 여행의 전부인 양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다른 여행을 상상할 여유가 있을까. 휴식을 가장한 전투적인 여행이 아닌 성장과 가치를 찾는 여행이 분명 있다.

여행을 왜 떠나고 싶을까 들여다보면 광고와 이미지의 욕망을 따를 때가 많다. 아파트 광고를 보면서 그 속에 들어가 살아야 행복할 것 같은 마음, 자동차 광고를 보면서 그 차를 소유해야 성공한 삶일 것 같은 욕망이 생긴다. 인생은 끝나지 않는 가상의 수레바퀴인 걸까. 그래서 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 사람들이 차선책으로 선택한 방법이 여행이 아닐까한다. 사이판에서 아이랑 놀며, 살며, 배우면, 경험한 내용을 칼럼으로 10회 연재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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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같은 작은 식당 SHACK에서의 경험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더 많은 돈을 추구한다. ‘돈=성공’ 이라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한다. 돈이 아닌 다른 방식의 삶은 떠올리기 힘들다. ‘효리네 민박’을 보면서 ‘그건 이효리가 돈이 많으니까 가능한 삶이지’ 라고 질투어린 시선을 갖는다. 진정한 YOLO는 뭘까.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기보다는 한 번 사는 인생을 마음껏 즐긴다는 뜻이다. ‘You Only Live Once’ 라는 뜻의 지금 현재를 중시하는 태도를 말한다. 이제는 여행이나 상품의 광고에서도 자주 등장한다. 욜로족들은 자신만의 특별한 여행이나 취미생활에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한다. 어쩌면 기업에서는 욜로족들을 위한 맞춤 상품을 만들어내며 욕망을 부추길는지 모른다. 욜로족들을 겨냥한 체험마케팅이나 유기농매장, 여행 상품까지도 나오고 있다. 욜로족으로 살기 위해서는 또다시 돈이 필요한 걸까?

사이판에서 나는 진정한 욜로족을 만난 적 있다. 바로 작은 식당 SHACK에서다. 비치 옆에 자리잡은 오두막집 같은 SHACK는 오전 8시부터 오후 2시까지 영업을 하고 문들 닫는다. SHACK의 영어 뜻도 허름한 판자집을 뜻한다. 건강한 샐러드나 스무디 종류 혹은 오늘의 메뉴와 같은 그 때 그 때 다른 품목을 손님들에게 선보인다. 건강한 음식으로 맛은 자극적이지 않고 채식 위주의 소박한 식사라고 할 수 있다. 주 메뉴는 얇은 크레페에 야채나 닭가슴살 등을 넣은 요리다. 10가지 종류가 넘는 크레페 요리가 있다. 다양한 야채와 과일이나 견과류를 갈아 넣은 스무디도 한 끼 식사로 좋다.

이곳의 주인장은 젊은 아일랜드 남자였다. 알고 보니 사이판이 좋아서 정착하여 살다가 식당을 낸 거라 한다. 사이판 한국 관광객 중 “SHACK을 방문하기 위해서 사이판 여행을 왔습니다” 라고 말할 정도다. 맛과 분위기와 친절함에 반하는 곳이다. 한 번 찾은 사람들은 감동을 간직하고 갈 정도다. 손님을 환대하는 분위기와 부족함이 없도록 배려해주는 마음을 사람들은 느낀다. 단순히 음식으로 배를 채우기 위해서 식당을 찾는 게 아니다.

SHACK는 사이판의 올레비치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넓은 주차장이 있고, 바로 옆에 있는 비치로드를 따라 산책하기도 편하다. 아침 저녁으로 비치로드를 걷고 뛰면서 사이판의 자연 풍광을 온 몸으로 느꼈다. 한국 사람들이 써 놓은 블로그에도 사이판의 맛집이나 명소로 소개되곤 한다. 그럼에도 가게를 확장하거나 영업시간을 절대 늘리지 않는다. 매주 일요일은 휴무이고 하루 6시간의 영업 시간을 꼭 지킨다.

과연 한국 사람이라면 가능한 장사의 방식일까. 아침과 점심 식사를 위해서만 영업을 하고 오후 2시면 문을 닫고 자신만의 삶을 갖는 것. 이렇게 소박하게 자신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걸까. 그래서인지 넉넉한 미소로 손님을 대하는 SHACK의 주인장의 미소는 잊을 수 없다. 즐거움과 놀라움, 기쁨과 슬픔 등이 고스란히 얼굴에 드러나면서 말이 몸짓으로 표현되는 사람이다. “나는 한국에서 글을 쓰는 작가에요” 라고 이야기했더니 꼭 SHACK을 소개해 달라고 웃으면서 말한다.

재미있는 SHACK의 이벤트 중 하나는 매주 일요일마다 요가 클래스가 있는 것이다. 에멜리라는 미국인 소아과 의사 선생님이 취미로 여는 일요일 요가 클래스는 참가비가 5달러다. 음료수와 스무디를 제공하고, 1시간 정도 요가를 한다. 아쉬탕가 요가를 주로 하는데 세계 각국에서 온 사람들과 함께 호흡을 나누면서 요가를 했던 일은 기억에 오래 남는다. 일본, 미국, 뉴질랜드, 한국인 등이 모여 요가를 하면서 서로의 언어와 삶을 초월하여 마음을 전할 수 있었다. 한 달에 한 번은 SHACK에서 ‘오픈 마이크’ 라고 하여 현지인들이 강연이나 재능을 나누는 자리도 있다.

식당은 음식을 사먹는 곳이다. 손님은 돈을 내고 서비스와 음식을 제공받는다. 돈으로 맺어진 거래 관계다. 하지만 SHACK에서는 돈 이상의 것을 주고 받는 듯하다. 온화한 사람들과의 만남, 맛있고 건강한 음식, 재미있는 이벤트 등은 여행지에서의 특별한 경험을 사람들에게 제공한다.

만약에 한국에서도 이렇게 장사를 한다면 유지가 될 만한 곳이 있을까. 하루에 6시간만 일하고, 주5-6일만 문을 여는 식당은 아마도 월세나 관리비 낼 형편도 되지 않을 것이다. 더 적게 벌고 더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것은 한국인들이 지향하는 삶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사이판을 여행하면서 만난 사람들은 돈보다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한 달 살기 여행은 바로 타인의 삶을 엿보는 기회였다. 진정한 욜로가 불가능할 것만 같은 대한민국 사회에서 과연 나는 어떻게 살아야 행복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도 했다.

하루는 SHACK에서 백발 머리를 하고 머리에 꽃을 꽂은 푸짐하고 넉넉한 몸집의 할머니를 만난 적 있다. “내가 여기 사장 엄마야” 라고 하면서 손주들을 집에서 본다고 말하였다. 언제 어디서나 열린 마음으로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고, 대화를 청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한 달 살기는 바로 YOLO로 사는 기쁨을 배운 시간이기도 하다. 

필자 소개

현) 더즐거운교육연구소 교육이사

현) 꽃맘협동조합 이사

저서) 『사이판 한달 살기』 (김소라 지음, 씽크스마트,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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