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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판 한달 살기(4) 두 가족 한집살이 어때요?
2018년 04월 10일 (화) 08:20:13 김소라 칼럼리스트 sora7712@naver.com

[경제신문=파이낸스투데이] 

상품을 소비하는 방식의 아닌 다른 여행이 가능할까? 가이드의 깃발따라 관광지에서 쇼핑센터로 정신없이 행군하는 여행이 여행의 전부인 양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다른 여행을 상상할 여유가 있을까. 휴식을 가장한 전투적인 여행이 아닌 성장과 가치를 찾는 여행이 분명 있다.

여행을 왜 떠나고 싶을까 들여다보면 광고와 이미지의 욕망을 따를 때가 많다. 아파트 광고를 보면서 그 속에 들어가 살아야 행복할 것 같은 마음, 자동차 광고를 보면서 그 차를 소유해야 성공한 삶일 것 같은 욕망이 생긴다. 인생은 끝나지 않는 가상의 수레바퀴인 걸까. 그래서 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 사람들이 차선책으로 선택한 방법이 여행이 아닐까한다. 사이판에서 아이랑 놀며, 살며, 배우면, 경험한 내용을 칼럼으로 10회 연재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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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족 한 집 살이를 권하다

   
 

자신을 찾기 위해 홀로 떠나는 여행, 무작정 계획 없이 삶의 해답을 찾으러 간다는 이들의 모양새 나는 여행을 나도 원했다. 결혼 후 아이가 생기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다. 서점의 여행 서적 코너에 서면 나 자신이 초라해질 정도다. 왜 이렇게 다들 훌쩍 잘도 떠나는지. 아들과 엄마가 남미횡단을 한 여행기나 네 가족이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탔다는 책도 보인다. 아예 버스를 개조하여 일 년간 세계 여행을 한 가족의 스토리도 본 적이 있다. 여행기는 모두 대단해 보이고, 나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막상 떠나려고 하면 걸리는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물론 가장 큰 요인은 ‘돈’이다. 싱글이면 회사 때려치우고 몇 달 여행 갔다 와서 또 취직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가 하나, 둘 심지어 셋까지 딸린 엄마가 남편도 없이 여행을 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해 본 사람들이 있다고? 물론 있다. 용기 있는 소수의 사람이 떠났고, 책을 썼고, 방송에도 나왔다. ‘나와 다른 부류의 사람들이니 가능했을 거야.’ 하며 체념한다.

사이판 여행을 함께 계획한 동생과 나는 해외에서 살아본 경험은 없다. 여행도 고작 신혼여행이나 패키지여행 한두 번 다녀본 것이 전부다. 한 달씩이나 여행할 만큼 여유 있는 생활도 아니다. 그런데도 우린 같이 가면 괜찮겠다는 약간의 용기가 생겼다. 두 가족이 한 집에서 사이판 한 달 살기는 해볼 만한 일이다. 식비나 자동차와 집 렌트에 따른 경비를 절반 혹은 1/3 가까이 줄일 수 있다. 덜 외롭고 쓸쓸하다는 점도 있고, 아이들끼리 놀아줄 친구가 되어준다는 것도 장점이다. 부모 둘 다 여건이 되어 함께 한 달씩 여행 다닌다면 금상첨화겠지만 빡빡한 한국사회에서 금수저가 아닌 이상에야 불가능하다. 일 년에 일주일의 휴가가 고작인 직장인의 삶에서 한 달 살기 여행은 생계를 포기하란 뜻이다.

막상 사이판에 와서 ‘엄마 +1~2명 아이’ 혹은 ‘두 엄마 + 2~3명 아이’의 조합으로 한 달 살기 하러 온 이들을 많이 봤다. 엄마들이 육아하면서 혼자만의 여행은 꿈도 못 꾸지만, 아이를 데리고 떠나는 건 가능하다. 엄마 혼자서 아이를 케어하기는 버겁지만,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 이상이라면 어려운 일이 아니다. 두 명의 엄마가 함께 팀을 꾸려 사이판 한 달 살기를 한다면 여러 가지 면에서 혜택이 크다.

나의 경우는 1,500달러에 해당하는 집 렌트 비용을 동생과 나눴다. 성수기의 게스트하우스 비용은 1,500달러에서 2,000달러 이상이 든다. 그렇다고 아주 호화스러운 집도 아니다. 독채에 방 한두 칸, 거실과 부엌, 화장실 정도 있는 구조의 집이다. 두 가족이 함께 집을 얻으면 좀 더 넓고 쾌적한 집을 같이 얻을 수 있기에 렌트 비용이 절감된다. 3가구 정도 함께 월세 3,000~5,000달러를 나눠 내면서 수영장이 딸린 커다란 독채 빌라를 얻는 방법도 있다. 한 가족이 가면 시내의 방 한 칸짜리 게스트하우스 룸을 얻는 데에도 1,000달러는 든다.

장을 봐서 밥을 해 먹는 일도 그렇다. 엄마와 아이 한 명만 달랑 오면 장을 봐서 매 끼니 식사를 차리기는 불편하다. 차라리 식구가 많으면 부식비가 절감된다. 요리할 때도 양을 많이 하는 것이 맛있기도 하고, 음식도 남지 않는 법이다. 우리는 7명이 먹고도 가끔 양이 남아서 옆 방에서 묵는 대학생들을 초대하여 같이 먹었다. 밥 먹을 때 북적거리면서 신나게 먹는 즐거움이 컸다. 냄비에 끓인 찌개 하나, 카레나 라면 등 한 가지 요리였지만 옹기종기 모여 먹으니 밥 먹는 시간이 가장 즐거웠다. 외동인 아들 녀석은 “사이판에서 엄마, 이모, 동생들, 옆방 누나 여럿이 함께 밥을 먹던 시간이 좋았어”라고 한다.

체험이나 투어할 때도 편했다. 엄마와 아이, 둘이서 하는 체험보다는 아이들끼리 짝을 짓거나, 단체로 할 수 있는 체험이 재밌었다. 농장을 가거나 ATV를 타거나 선셋크루즈를 탈 때도 혼자보다는 여럿이서 함께 할 때가 즐거웠다. 만약에 아이 한 명만 데리고 혼자 갔더라면 정말 심심했을 것 같다. 애들끼리 숙소에서 놀라고 해놓고 잠깐 쇼핑을 가거나 빨래하거나 산책할 수도 있었다. 엄마 혼자 아이를 케어한다면 불가능한 일들이다. 혹시나 현지에서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도 서로 든든한 지원군이 된다.

무엇보다도 혼자 하기 어려운 일들을 시작할 약간의 용기를 더 내게 한다. 함께 갔던 동생은 “혼자서는 아예 떠날 생각조차 안 했을 거야. 남편도 안 보내줬겠지”라고 이야기했다. 아직도 여자 혼자, 혹은 아이만 딸려서 가는 여행을 흔쾌히 보내주는 호탕한 남편은 많지 않다. 친구나 자매가 함께 간다고 하면 ‘그 정도쯤은 괜찮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남편의 허락을 받고 떠나야 하는 엄마의 여행은 시작부터 맘에 안 든다. 내가 원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게 인생인데. 한국사회에서 결혼 후의 삶은 가족관계에 어느 정도 종속되기 마련이다. 여행이 더더욱 그렇다. 홀로, 혹은 아이만 데리고 떠나는 엄마의 여행은 여전히 특이한 케이스다.

두 가족 한 집 살 이부터 시작해보자. 마음에 맞는 한 달 살기 여행 파트너를 구해 보자. 최근에는 ‘전 세계 한 도시 한 달 살기’와 같은 여행 컨셉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카페나 모임도 있다. 같은 목적을 가진 이들이 모여 있는 온라인 공간에서 여행 파트너를 충분히 구할 수 있다. 혹은 주변 사람들, 친구나 가족 중에서 찾아볼 수도 있다. 혼자 떠나는 여행에서 느껴지는 두려움을 조금 내려놓을 수 있다.

필자 소개

현) 더즐거운교육연구소 교육이사

현) 꽃맘협동조합 이사

저서) 『사이판 한달 살기』 (김소라 지음, 씽크스마트,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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